기술 블로그를 쓰지 않는 개발자에게
by 그릿 | GROWTH_ESSAY | 2026-05-13
#성장 #자기브랜딩 #기술블로그 #커리어멘토링을 하다 보면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블로그 써야 하는 건 아는데, 쓸 게 없어요." 그런데 이 말 뒤에는 두 가지가 숨어 있습니다. 정말 쓸 게 없는 게 아니라, 자기 경험을 글로 옮길 만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겁니다.
저는 200명 넘게 멘토링하면서 같은 패턴을 반복해서 봤습니다. 블로그를 안 쓰는 사람은 글재주가 없는 게 아니라, 자기 사고 과정을 외부에 드러내본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쓸 게 없는 게 아니라, 정리한 적이 없는 겁니다
오늘 회사에서 버그를 하나 잡았다고 칩시다. 한 시간 동안 로그를 뒤지고, 동료에게 묻고, 결국 캐시 설정 한 줄 때문이었다는 걸 알아냈습니다. 이 과정은 글감이 안 된다고 느낄 겁니다. "이 정도는 다 아는 거 아닌가" 싶기 때문입니다.
아닙니다. 그 한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세 시간입니다. 당신이 어떤 가설을 세웠고, 왜 그 가설이 틀렸고, 어떻게 진짜 원인에 도달했는지. 그 사고의 흐름을 적은 글은 시중에 거의 없습니다.
면접관은 결과보다 사고 과정을 봅니다
이력서에는 "성능을 30% 개선했다"고 쓸 수 있습니다. 그런데 면접관은 그 30%가 어떻게 나왔는지를 묻습니다. 이때 블로그에 그 과정이 정리돼 있으면 면접이 5분 만에 끝납니다. 글 한 편이 30분짜리 자기소개를 대신합니다.
없으면 그 자리에서 말로 재구성해야 합니다. 평소에 정리해두지 않은 사고는 압박 상황에서 흐트러집니다. 글이 없는 사람은 면접에서 자기 경험을 매번 처음 꺼내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독자를 생각하면 글이 안 써집니다
블로그를 시작하지 못하는 두 번째 이유는 "누가 이걸 읽을까" 입니다. 그래서 잘 쓴 글을 흉내 내려고 합니다. 도입부에 멋진 인용을 넣고, 결론에 인사이트를 박으려 합니다. 그러다 한 줄도 못 씁니다.
처음 쓰는 글의 독자는 미래의 자신입니다. 6개월 뒤 같은 버그를 만난 자기 자신, 비슷한 설계 고민에 빠진 후배. 그 사람을 향해 쓰면 글의 톤이 단순해집니다. 단순한 글이 결국 검색에 걸리고, 다른 사람에게 도달합니다.
검색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시대입니다
AI가 코드를 짜주는 시대에 개발자의 차별점은 어디서 나올까요. 사고의 흔적입니다. 깃허브 커밋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부분, 코드 뒤에 있던 판단의 근거. 그것을 외부에 남겨둔 사람과 안 남겨둔 사람의 격차는 3년 뒤에 드러납니다.
이번 주에 한 일 중 가장 어려웠던 문제를 떠올려보세요. 그걸 1000자로 적어보세요. 잘 쓰려고 하지 말고, 자기가 한 사고를 그대로 따라가세요. 그것이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