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을 못 하는 개발자에게
by 그릿 | GROWTH_ESSAY | 2026-06-20
#커리어 #성장멘토링을 하다 보면 비슷한 유형이 있습니다. 야근이 잦고, 마감은 항상 촉박하고, 본인 할 일은 뒤로 밀립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바쁘다"고 말하면서도 새 요청이 오면 거절하지 못합니다.
"팀워크를 위해서", "신입이니까", "나중에 폐 끼칠까봐".
이유는 달라도 결과는 같습니다. 정작 본인 성장에 필요한 일을 할 시간이 없습니다.
거절하지 못하는 이유는 실력 문제가 아닙니다
많은 개발자가 거절을 못 하는 걸 성격 탓으로 돌립니다. "나는 원래 거절을 못 해."
그렇지 않습니다.
거절하지 못하는 건 대부분 두 가지 불안에서 옵니다. 하나는 "저 사람이 나를 싫어하면 어떡하지." 다른 하나는 "내가 이걸 거절했다가 나중에 불이익이 생기면."
둘 다 현실보다 훨씬 과장된 두려움입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이 쌓이면 결국 본인이 제일 먼저 지칩니다.
요청을 전부 받으면 신뢰가 쌓일까요
멘토링에서 만난 한 개발자는 팀의 모든 요청을 받았습니다. 급하다는 말만 들어도 자기 일을 미뤘습니다. 처음엔 팀에서 "고맙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6개월 뒤 그 팀에서 그에 대한 평가는 이랬습니다. "바쁘긴 한데, 자기 일은 잘 못 하는 것 같아요."
거절 없이 다 받으면 신뢰가 쌓이는 게 아닙니다. 경계가 없는 사람으로 읽힙니다. 경계 없는 사람에겐 계속 요청이 옵니다. 정작 본인의 성과는 흐릿해집니다.
거절은 설명이 아닙니다
거절을 어렵게 느끼는 이유 중 하나가 "거절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는 압박입니다.
설명할 필요 없습니다.
"지금 진행 중인 작업이 있어서 이번 주 안엔 어렵겠습니다. 다음 주 초면 가능합니다." 이 한 문장으로 충분합니다.
거절이 길어질수록 상대가 협상 여지로 읽습니다. 짧고 명확할수록 오히려 전문적으로 들립니다. 변명이 아니라 일정 조율입니다.
자기 할 일을 지키는 것이 협업입니다
착한 개발자가 팀에 도움이 될 거라는 착각이 있습니다.
실제로 팀에 가장 도움이 되는 사람은 자기 영역을 완주하는 사람입니다. 본인이 맡은 기능을 제때 완성하고, 예측 가능한 속도로 움직이는 사람.
자기 일을 못 지키면서 다른 사람 일을 받는 건 팀 전체의 예측 가능성을 깨뜨립니다.
"거절을 잘 못해서 성격을 바꿔야 하나요?"라고 묻는 개발자에게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성격을 바꾸는 게 아닙니다. 지금 내가 가장 중요하게 완수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면,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거절이 됩니다. 우선순위가 거절을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