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적으로 일하라는 말이 무서운 개발자에게
by 그릿 | GROWTH_ESSAY | 2026-07-19
#성장 #사유 #커리어"주도적으로 해보세요."
입사 초기에 이 말을 들으면 멈춥니다. 시키는 것도 버거운데, 뭘 주도적으로 해야 하는 건지. 주도적이라는 게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 말을 들으면 오히려 아무것도 못 하게 됩니다.
이게 착각이 아닙니다.
주도적이라는 말의 오해
200명이 넘는 개발자를 멘토링하면서 이 단어를 가장 많이 오해하는 패턴을 봤습니다. 대부분은 "주도적 = 아무 말 없이 새 기능을 기획해 오는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아닙니다.
회사에서 말하는 주도적은 훨씬 소박합니다. 업무 중 막히는 게 생겼을 때 두 시간 동안 혼자 끙끙대지 않고 먼저 말하는 것. 방향이 불명확하면 그냥 진행하는 게 아니라 "이 부분 이렇게 이해했는데 맞나요?"라고 확인하는 것. 완료 기준을 스스로 설정해서 그 기준에 맞게 마치는 것.
이게 전부입니다.
기다리는 개발자의 패턴
1년차 중에 자주 보는 유형이 있습니다. 스탠드업 미팅에서 "어제 API 연동 작업했습니다"라고만 말합니다. 됐는지, 안 됐는지, 막힌 게 있는지, 언제 끝날 것 같은지는 말하지 않습니다.
시키는 것은 합니다. 그게 끝입니다.
팀장이 "주도적으로 해보세요"라고 하는 건 새 기능을 기획해 오라는 뜻이 아닙니다. 내가 지금 무슨 상태인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스스로 파악해서 먼저 알려달라는 뜻입니다. 수동 모드에서 능동 모드로 전환하라는 신호입니다.
그런데 이 신호를 받으면 대부분 더 조용해집니다. 뭔가 엄청난 것을 기대한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작은 주도성부터
주도적으로 일하는 개발자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큰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늘 막혔던 문제를 내일 데일리에서 먼저 꺼내는 것. 코드 리뷰 피드백을 받으면 수정만 하는 게 아니라 "이 패턴이 전체에 있을 것 같은데 한번 확인해볼까요?"라고 제안하는 것. 불분명한 요구사항이 있을 때 그냥 진행하지 않고 "이렇게 이해했는데 맞나요?"라고 먼저 묻는 것.
이게 주도성입니다. 거창하지 않습니다.
주도성이 없는 개발자는 "시키는 것만 하는 사람"이 됩니다. 시키는 것만 하는 사람은 성장 기회도 시키는 것만큼만 옵니다. 그게 문제입니다.
주도적으로 일하라는 말이 무서운 건, 그 말이 요구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알 겁니다. 내 상태를 내가 먼저 파악하고, 먼저 말하는 것. 작은 것부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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