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일정 산정이 어려운 개발자에게
by 그릿 | GROWTH_ESSAY | 2026-10-04
#커리어 #협업 #성장"이거 언제까지 돼요?" 기획자가 물으면 머릿속이 하얘집니다. 일단 "3일이요"라고 말하고, 5일째 밤에 혼자 남아 있습니다.
멘토링에서 이 이야기를 꺼내는 주니어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1년차도 있고 4년차도 있습니다. 다들 비슷하게 말합니다. "제가 일정 감이 없어서요."
정말 감의 문제일까요? 제가 보기엔 순서의 문제입니다.
숫자부터 말하고 있습니다
일정을 못 맞추는 사람의 대화를 들어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질문을 받자마자 숫자가 나옵니다.
작년에 만난 2년차 백엔드 개발자가 그랬습니다. 결제 취소 API를 "이틀이면 돼요"라고 했습니다. 열어보니 부분 취소, 포인트 환불, 정산 테이블 반영이 엮여 있었습니다. 실제로는 7일이 걸렸습니다.
그 친구의 코딩 속도는 문제없었습니다. 이틀은 눈에 보이는 일에 붙인 숫자였고, 나머지 닷새는 열어보기 전까지 몰랐던 일이었습니다.
숫자를 말하기 전에 작업을 펼쳐보세요. 화면에 보이는 기능 하나를 API, 데이터, 예외 상황, 테스트, 배포로 쪼개서 적는 겁니다. 10분이면 됩니다.
모르는 부분을 숫자에 섞고 있습니다
일정이 틀어지는 곳은 대부분 모르는 곳입니다. 처음 붙여보는 외부 연동, 한 번도 열어본 적 없는 레거시 모듈 같은 곳이죠.
주니어는 모른다고 말하면 실력이 없어 보일까 봐 그 부분을 아는 척 숫자에 섞습니다. 팀장으로 일할 때 저는 반대로 봤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처음이라 반나절 먼저 확인해보고 말씀드릴게요." 이 한 문장을 하는 사람이 훨씬 믿음직했습니다.
모르는 부분은 따로 떼어 조사 시간으로 잡으세요. 확인한 뒤에 일정을 다시 말해도 늦지 않습니다.
지난 일정을 기록하지 않습니다
감이 없다는 사람에게 제가 꼭 묻는 질문이 있습니다. "지난번에 3일이라고 한 일, 실제로 며칠 걸렸어요?" 바로 대답하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일정 감각은 기록에서 자랍니다. 예상한 날짜와 실제 걸린 날짜를 한 줄씩 남겨보세요. 메모장이면 충분합니다.
석 달쯤 쌓이면 보입니다. 나는 늘 1.5배쯤 늦는구나. 외부 연동이 끼면 두 배가 되는구나. 그 배수가 곧 여러분의 감입니다.
밀린다는 걸 안 날, 바로 말하세요
일정은 약속이고, 약속은 고칠 수 있습니다. 마감 전날 털어놓는 지연과 사흘 전에 알린 지연은 같은 이틀이어도 받아들여지는 무게가 다릅니다.
사흘 전에 들은 기획자는 범위를 줄이거나 출시를 옮길 수 있습니다. 전날 들은 기획자는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다음에 일정을 물으면 숫자 대신 이렇게 답해보세요. "작업을 쪼개보고 오늘 오후에 말씀드릴게요." 그 한 문장이 3일짜리 거짓말을 막아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