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가 났을 때 얼어붙는 개발자에게
by 그릿 | GROWTH_ESSAY | 2026-10-06
#장애대응 #주니어 #성장슬랙에 빨간 알림이 뜹니다. 결제가 안 된다는 문의가 연달아 세 건 들어옵니다. 손이 차가워지고 머리가 하얘집니다.
200명 넘게 멘토링하면서 이 장면을 정말 자주 들었습니다. 2년차 멘티 한 명은 첫 장애 때 20분 동안 로그 창만 위아래로 내렸다고 했습니다. 아무것도 못 했습니다. 그리고 그 20분을 1년 넘게 부끄러워했습니다.
장애 앞에서 얼어붙는 이유는 대개 하나입니다. 무엇부터 할지 정해 둔 순서가 없습니다.
원인부터 찾으려고 합니다
얼어붙는 사람은 대부분 원인부터 찾습니다. 왜 터졌는지 알아야 고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장애 첫 10분에 할 일은 피해를 멈추는 것입니다. 원인은 그다음입니다. 직전 배포를 되돌리면 멈추는지, 문제 기능만 끌 수 있는지. 이 두 질문을 먼저 던집니다.
제가 겪은 장애도 상당수는 원인을 모른 채 롤백으로 먼저 멈췄습니다. 원인은 그날 저녁에 찾았습니다. 손님은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혼자 들고 있습니다
두 번째 패턴은 말을 안 하는 겁니다. 내가 배포했으니 내가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15분 동안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습니다.
팀장 입장에서 가장 무서운 장애는 아무도 모르고 지나가는 15분입니다. 그사이 고객센터는 같은 문의를 스무 번 받습니다.
한 줄이면 됩니다. "결제 API 5xx 증가 확인, 14시 2분 배포 의심, 롤백 검토 중." 원인을 몰라도 됩니다. 지금 아는 것과 하고 있는 것만 씁니다. 이 한 줄이 올라오면 팀이 같이 움직입니다.
아무것도 적지 않습니다
세 번째는 기록입니다. 급하니까 아무것도 적지 않습니다. 끝나고 회고를 쓰려고 보면 무엇을 몇 시에 했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장애 채널에 시간과 행동만 짧게 남기면 됩니다. "14:05 롤백 시작", "14:09 에러율 정상화". 이 기록이 회고의 뼈대가 되고, 면접에서 꺼낼 이야기가 됩니다. 장애 경험을 물었을 때 시간 순서대로 말하는 지원자는 드뭅니다. 그래서 기억에 남습니다.
순서를 미리 적어 둡니다
장애 앞에서 침착한 선배들은 순서를 미리 정해 둔 사람들입니다. 성격은 그다음 문제입니다.
알린다. 멈춘다. 기록한다. 원인은 그다음.
오늘 이 네 줄을 메모장에 적어 두세요. 그리고 팀에서 롤백은 누가 어떻게 하는지, 기능을 끄는 스위치가 있는지 내일 한 번 물어보세요. 다음 알림이 울릴 때는 머리보다 손이 먼저 움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