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선택의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개발자에게
by 그릿 | GROWTH_ESSAY | 2026-10-29
#면접 #기술선택 #커리어 #백엔드이력서 기술 스택 란에 카프카(Kafka)와 레디스(Redis)를 적어두고도, "왜 여기서 그 기술을 선택했느냐"는 질문에 얼어붙는 개발자를 자주 봅니다. 200명이 넘는 백엔드 취준생과 주니어의 모의 면접을 보면서 가장 많이 마주친 순간입니다.
열 명 중 여덟 명은 비슷한 답을 내놓습니다. "대용량 트래픽 처리에 유리해서요", "요즘 실무에서 많이 쓰는 표준이라서요". 하지만 그 프로젝트의 동시 접속자는 10명도 되지 않았고, 데이터베이스 단일 인스턴스로도 차고 넘치는 규모였습니다.
"다들 쓰니까요"라는 답이 위험한 이유
남들이 쓰니까, 강의에 나오니까 가져다 쓴 기술은 면접관의 시선에서 단번에 읽힙니다. 면접관이 기술 선택 이유를 묻는 건 그 기술의 스펙을 시험하려는 게 아닙니다. 이 사람이 문제의 크기를 제대로 파악하고 합리적인 비용을 지불할 줄 아는 엔지니어인지 확인하려는 것입니다.
트래픽이 분당 수십 건에 불과한 게시판에 분산 큐를 붙이고 캐시 레이어를 얹는 것은 실력이 아닙니다. 문제를 파악하지 못한 채 화려한 도구로 이력서를 치장하려는 욕심입니다. 기술을 아는 것과 기술을 쓸 자리를 아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역량입니다.
기술은 기능이 아니라 트레이드오프입니다
모든 기술 도입은 공짜가 아닙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대가로 새로운 복잡성과 운영 비용, 장애 포인트를 시스템에 끌어들입니다. 레디스를 붙이면 캐시 정합성과 만료 정책을 관리해야 하고, 카프카를 도입하면 메시지 유실과 순서 보장, 파티션 분기를 감당해야 합니다.
실력 있는 개발자는 이득만 보지 않습니다. 그 기술을 도입했을 때 치러야 할 비용까지 계산합니다. "단순 스프링 이벤트나 데이터베이스 인덱싱으로도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였지만, 이러이러한 확장성 한계가 예상되어 이 비용을 감수하고 레디스를 선택했습니다." 이 한마디가 나오는 순간 면접의 공기는 바뀝니다.
면접관이 진짜 듣고 싶어 하는 대답
면접관이 감탄하는 지원자는 최신 기술을 전부 나열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왜 더 단순한 방법으로는 안 되었는지, 자신이 감당한 단점은 무엇이었는지를 솔직하게 설명하는 사람입니다.
실제로 멘토링을 거쳐 합격한 1년 차 지원자는 프로젝트에서 카프카를 과감히 걷어냈습니다. "초기 트래픽 수준에서는 오버엔지니어링이었고, DB 트랜잭션과 비동기 이벤트만으로 충분했다"는 실패 회고를 이력서에 적었습니다. 면접관은 그 지원자의 사유 과정과 현실 감각에 최고점을 주었습니다.
기술 스택 목록을 늘리기 전에 먼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나는 지금 문제를 풀고 있는가, 아니면 기술을 자랑하고 있는가?" 남들의 답안지를 베낀 기술은 당신의 무기가 되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