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먹은 게 고마운 사람
by 그릿 | GROWTH_ESSAY | 2026-04-10
#성장 #사유 #멘토링멘토링에 찾아오는 사람들의 계기는 대부분 비슷합니다.
승승장구해서 오는 게 아닙니다. 바닥을 찍고 옵니다.
면접에서 계속 떨어졌거나, 회사에서 안 좋은 소리를 들었거나, 권고사직을 당했거나, 3년이 지났는데 아무것도 쌓이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거나. 뭔가 무너지고 나서 찾아옵니다.
그런데 바닥을 찍은 사람 모두가 올라오는 건 아닙니다.
같은 바닥에서 누군가는 주저앉고, 누군가는 일어납니다. 차이가 뭘까요?
한 멘티의 이야기
한 분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팀장님께서 올해 내로 자르겠다는 이야기도 하셨고, 저를 되게 안 좋게 보고 있어요.
보통 이런 상황이면 무너집니다. 우울해집니다. "나는 안 되나 보다"라고 생각합니다. 퇴사하거나, 버티면서 점점 작아지거나.
이 분도 우울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까 좀 우울했어요. 근데 내가 이 회사에 버티고 있으면 스트레스 받는 건 내가 아니라 저 사람들이 돼야 되는 거잖아요. 저는 오히려 그걸 원동력으로 삼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실 그런 욕을 안 들었으면 저는 아직도 이런 생각들을 못했을 거잖아요. 어떻게 보면 하나의 터닝포인트가 되었지 않았을까. 나중 되면 그분들 덕분에 내가 공부해서 이직했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
분기점
같은 상황에서 두 갈래로 나뉩니다.
첫 번째 갈래: "나는 안 되나 보다."
욕을 먹으면 자기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맞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끝납니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 "개발이 안 맞나 봐." 자기 한계를 확정짓습니다. 움직이지 않습니다.
두 번째 갈래: "이걸 원동력으로 삼겠다."
욕을 먹으면 아픕니다. 우울합니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한테 뭐가 없는 거지?" "뭘 바꿔야 하지?" 질문이 바뀝니다.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이 멘티는 후자였습니다. 우울을 거쳤지만, 그 우울에 눌러앉지 않았습니다.
자각의 힘
이 분이 한 일이 있습니다.
"3년간 경력은 쌓였는데 기초가 없다"는 걸 인정했습니다.
이게 쉽지 않습니다. 3년이라는 시간이 허무해지니까요. 그동안 뭘 한 거지, 라는 자괴감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분은 남 탓을 하지 않았습니다. 팀장이 나빠서, 회사가 나빠서, 환경이 안 좋아서. 이런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나에게 뭐가 없는가"를 직시했습니다.
그리고 혼자 블로그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SSL을 붙이고, 서버를 두 대로 늘리고, Nginx를 연결하고, Redis를 도입하고. 막히면 찾아보고, 모르면 배우면서.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자각이 있어야 움직입니다. 자각이 없으면 제자리입니다.
"욕먹은 게 고맙다"는 말
"욕먹은 게 고맙다."
이 말은 가볍지 않습니다.
쉽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닙니다. 진심으로 이 말을 하려면, 그 욕을 자기 서사의 일부로 소화해야 합니다. "저 사람이 나를 깎아내렸다"가 아니라, "저 사람 덕분에 내가 깨달았다"로 바꿔야 합니다.
이건 위기를 서사로 전환할 수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는 말입니다. 자기 인생의 내러티브를 스스로 쓰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같은 사건이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트라우마가 되고, 어떤 사람에게는 터닝포인트가 됩니다. 사건 자체가 다른 게 아닙니다. 그걸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다른 겁니다.
이 분은 "올해 내로 자르겠다"는 말을 자기 서사의 시작점으로 바꿨습니다. 그게 이 분의 힘입니다.
마지막 도전
이 분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올해까지 해보고 더 발전하지 않으면, 내년에는 진지하게 개발자 말고 다른 길을 찾아볼까 고민하고 있어요. 이 프로그램이 마지막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이라는 말은 무겁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다르게 움직입니다. 여유가 없으니까요. 핑계를 댈 시간이 없으니까요.
절박함은 연료가 됩니다. 문제는 그 연료를 어디에 쓰느냐입니다.
"나는 안 돼"에 쓰면 자기 파괴가 됩니다. "그래서 뭘 바꿔야 하지"에 쓰면 성장이 됩니다.
이 분은 후자에 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도울 수 있었습니다.
변곡점은 밖에서 오고, 전환은 안에서 일어납니다
위기는 누구에게나 옵니다.
피할 수 없습니다. 욕을 먹을 수도 있고, 해고를 당할 수도 있고, 면접에서 떨어질 수도 있고, 동료에게 무시당할 수도 있습니다.
차이는 그 다음입니다.
그 위기를 "나는 안 되는 사람이다"의 증거로 쓸 것인가.
아니면 "내가 바뀌어야 한다"의 기점으로 쓸 것인가.
변곡점은 외부에서 옵니다. 내가 선택한 게 아닙니다. 팀장이 욕을 하고, 회사가 자르겠다고 하고, 면접관이 떨어뜨립니다. 이건 내가 통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전환은 내부에서 일어납니다. 그 사건을 어떻게 해석할지, 그 다음에 뭘 할지. 이건 내가 정합니다.
정리하면
멘토링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바닥을 찍고 옵니다.
하지만 바닥을 찍은 사람 모두가 올라오는 건 아닙니다. 같은 상황에서 두 갈래로 나뉩니다.
"나는 안 되나 보다"로 주저앉는 사람.
"이걸 원동력으로 삼겠다"로 방향을 트는 사람.
욕먹은 게 고맙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위기를 서사로 전환한 사람입니다. 자기 인생의 내러티브를 스스로 쓰고 있는 사람입니다.
위기는 누구에게나 옵니다. 차이는 그 위기를 어떻게 쓰느냐입니다.
변곡점은 밖에서 옵니다. 하지만 전환은 안에서 일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