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이 아니라 탈출이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by 그릿 | GROWTH_ESSAY | 2026-04-13
#이직 #커리어 #성장멘토링에서 "이직하고 싶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그런데 한 꺼풀 벗기면 두 종류가 있습니다.
가고 싶은 곳이 있는 사람. 떠나고 싶은 곳이 있는 사람.
비슷해 보이지만 완전히 다릅니다. 전자는 이직이고, 후자는 탈출입니다.
한 분에게 물어봤습니다.
"이직보다는 탈출을 하고 싶으신 거네요?"
솔직하게 대답했습니다.
"그렇죠. 사실 이직과 탈출 중에 뭐가 더 높냐고 하면 탈출이지 않을까 싶어요. 냉정하게, 안 좋은 이야기도 대놓고 들었기 때문에. 올해 내로 자르겠다는 이야기도 하셨거든요."
탈출 모드의 함정
탈출이 목표가 되면 어떻게 될까요?
"어디든 여기만 아니면 된다"가 기준이 됩니다.
면접을 봅니다. "왜 이직하시려고요?" 속으로는 여기서 벗어나고 싶어서요인데, 포장해서 말합니다. 진심이 아니니까 말에 힘이 없습니다.
회사를 고릅니다. 기준이 뭘까요? "지금 회사보다 나은 곳." 그게 전부입니다. 지금이 바닥이니까, 조금만 나아도 괜찮아 보입니다. 낮은 기준으로 회사를 고릅니다.
합격합니다. 입사합니다. 처음엔 좋습니다. 적어도 전 회사보다는 나으니까요.
6개월이 지납니다. 여기도 문제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코드 리뷰가 있다고 했는데 형식적입니다. 성장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냥 일만 합니다. 팀장은 다른 스타일로 별로입니다.
"여기도 아닌가?"
또 탈출하고 싶어집니다. 반복입니다.
탈출 모드로 이직하면, 높은 확률로 비슷한 곳에 갑니다. 기준이 "여기보다 나은 곳"이니까요. 조금만 나아도 통과입니다. 그러니 조금만 나은 곳에 가게 됩니다.
이직과 탈출의 차이
이직은 방향이 있습니다. "저기로 가고 싶다."
탈출은 방향이 없습니다. "여기서 벗어나고 싶다."
이직은 미래를 향해 걸어가는 겁니다. 탈출은 현재로부터 도망치는 겁니다.
둘 다 회사를 떠나는 건 같습니다. 하지만 도착지가 완전히 다릅니다.
이직하는 사람은 "내가 원하는 환경이 이런 거야, 그걸 갖춘 회사를 찾고 있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기준이 명확합니다. 그 기준에 맞는 회사를 고릅니다. 맞지 않으면 안 갑니다.
탈출하는 사람은 "일단 여기서 나가고 싶어"가 전부입니다. 기준이 없습니다. 그래서 아무 데나 갑니다. 그리고 또 탈출하고 싶어집니다.
탈출에서 이직으로 넘어가는 순간
그 멘티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팀 자체적으로 개발에 대해서 토론도 하고, 이런 분위기가 있었으면 좋겠거든요. 코드 리뷰가 있다는 글을 보고 들어왔는데, 입사하고 나서 코드 리뷰는 딱 한 번 했고 그것도 과정 설명 없이 B 고치면 된다가 끝이었어요."
여기까지는 탈출입니다. "여기가 싫다"입니다.
그런데 그 다음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런 문화가 있는 회사를 가고 싶어요. 물론 그런 문화가 있는 회사를 가기 위해서 저도 준비가 되어야 되잖아요. 지금은 아직 그렇게까지 남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못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문장이 경계선입니다.
"떠나고 싶다"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거기 가려면 내가 뭘 갖춰야 하는가"로 넘어갔습니다.
탈출이 이직으로 바뀌는 순간입니다.
질문을 바꾸면 됩니다
탈출을 이직으로 바꾸는 건 간단합니다.
"여기를 떠나고 싶다"를 "거기에 가고 싶다"로 바꾸는 겁니다.
그러면 질문이 달라집니다.
탈출 모드의 질문: "어떻게 하면 빨리 나가지?" "어디든 받아주는 데 없나?" "이 회사보다 나은 데가 어디지?"
이직 모드의 질문: "내가 원하는 환경은 어떤 환경이지?" "그런 환경을 가진 회사는 어디지?" "그 회사에서 플레이어가 되려면 내가 뭘 갖춰야 하지?"
질문이 바뀌면 준비가 바뀝니다. 준비가 바뀌면 결과가 바뀝니다.
지금 급한 건 나가는 게 아닙니다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지금 상황이 힘든 건 압니다. "올해 내로 자르겠다"는 말을 들으면 당장 나가고 싶은 게 당연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 마음으로 이직하면, 또 탈출하게 됩니다.
지금 급한 건 회사를 나가는 게 아닙니다. 나가서 갈 곳을 만드는 겁니다.
"내가 원하는 환경은 이런 거다." "그런 환경에서 일하려면 내가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 "지금 나한테 부족한 건 이거다." "이걸 채우면 저기 갈 수 있다."
이 그림이 그려지면, 지금 회사에 있는 시간도 달라집니다. 탈출을 기다리는 시간이 아니라, 이직을 준비하는 시간이 됩니다.
도망치면 따라옵니다
문제에서 도망치면, 문제가 따라옵니다.
지금 회사가 문제라고 생각하고 도망치면, 다음 회사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만납니다. 왜냐하면 문제의 일부는 내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회사가 진짜 문제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회사는 빨리 나가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나가더라도 "도망"으로 나가면 안 됩니다. "방향"을 갖고 나가야 합니다.
"여기가 싫어서 나간다"가 아니라 "저기가 좋아서 간다"로 바꿔야 합니다.
정리하면
"이직하고 싶다"는 말 안에 두 종류가 있습니다.
가고 싶은 곳이 있는 사람. 이건 이직입니다. 떠나고 싶은 곳이 있는 사람. 이건 탈출입니다.
탈출 모드로 준비하면, 다음 회사에서도 탈출하게 됩니다. 기준이 "여기보다 나은 곳"이니까, 조금만 나은 곳에 가게 됩니다.
탈출을 이직으로 바꾸려면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어떻게 빨리 나가지?"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곳에서 플레이어가 되려면 뭐가 필요하지?"
이직은 미래를 향해 걸어가는 것이고, 탈출은 현재로부터 도망치는 것입니다.
지금 급한 건 나가는 게 아닙니다. 나가서 갈 곳을 만드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