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공부했는데 이력서에 쓸 게 없는 이유
by 그릿 | GROWTH_ESSAY | 2026-04-15
#이력서 #커리어이런 분들을 자주 봅니다.
CS 스터디 6개월 했습니다. 면접 질문 형식으로 매주 돌아가며 발표했습니다. JPA 책 스터디 2개월 했습니다. 직접 주도해서 이끌었습니다. 코딩테스트 매일 3~4문제씩 풀었습니다. 이력서 피드백 스터디도 격주로 하고 있습니다.
게으른 사람이 아닙니다. 오히려 누구보다 성실합니다. 남들보다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이력서를 열면 빈약합니다.
한 분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레디스가 이런 장점이 있으니까 사용하면 더 좋겠지라고만 생각하고 적용했거든요. 나중에 이력서에 적을 때 그냥 이런 장점이 있어서 Redis를 사용했어요 밖에 안 되더라고요.
열심히 했는데 쓸 게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지식은 있는데 경험이 없습니다
이 분에게 부족한 건 지식이 아닙니다.
Redis가 뭔지 압니다. 인메모리 저장소고, 빠르고, 캐싱에 좋다는 것도 압니다. 스터디에서 배웠습니다. 책에서 읽었습니다.
그런데 왜 Redis여야 하는가를 말하려면, 지식만으로는 안 됩니다.
Redis가 아닌 선택지를 시도해본 경험이 필요합니다. RDBMS로 해봤는데 느렸다든가, Memcached를 써봤는데 이런 문제가 있었다든가. 비교해보고, 측정해보고, 그래서 Redis를 선택했다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이렇게 쓸 수 있습니다.
RDBMS 락 방식 대비 Redis 분산 락이 응답시간을 40% 줄여서 선택했습니다.
이건 스터디에서 얻을 수 없습니다. 직접 부딪혀봐야 얻을 수 있습니다.
인풋은 쌓이는데 아웃풋이 안 나옵니다
한국 취준생의 전형적인 루프가 있습니다.
CS 공부 → 코딩테스트 준비 → 책 스터디 → 이력서 다듬기.
성실하게 돌립니다. 6개월, 1년. 열심히 합니다.
그런데 이 루프의 어디에도 내가 직접 선택하고 그 결과를 측정하는 경험이 없습니다.
CS 스터디는 지식을 외웁니다. 운영체제에서 프로세스와 스레드의 차이는 뭔가요? 답을 준비합니다. 발표합니다. 다음 주제로 넘어갑니다.
코딩테스트는 문제를 풉니다. 정답이 있습니다. 맞으면 넘어가고, 틀리면 다시 풉니다.
책 스터디는 책을 읽습니다. 정리합니다. 공유합니다.
전부 인풋입니다. 지식이 들어옵니다. 머릿속에 쌓입니다.
하지만 아웃풋이 없습니다. 내가 선택하고, 실패하고, 다시 선택하는 경험이 없습니다. 결과를 측정하고, 왜 이게 더 나은지 판단하는 경험이 없습니다.
인풋만 쌓으면 이력서가 빈약해집니다. 쓸 수 있는 건 이걸 공부했습니다뿐입니다.
이력서에 쓸 수 있는 건 아는 것이 아닙니다
이력서에 쓸 수 있는 건 아는 것이 아닙니다. 결정한 것입니다.
두 문장을 비교해봅시다.
A: Redis를 사용하여 캐싱을 적용했습니다.
B: DB 조회 병목을 해결하기 위해 캐싱 도입을 검토했습니다. Memcached와 Redis를 비교한 결과, 데이터 구조의 다양성과 영속성 옵션 때문에 Redis를 선택했고, 응답 시간이 평균 200ms에서 50ms로 75% 개선됐습니다.
같은 기술입니다. 같은 Redis입니다. 하지만 완전히 다른 문장입니다.
A는 Redis를 쓸 줄 안다입니다. B는 문제를 정의하고, 선택지를 비교하고, 결정하고, 결과를 측정했다입니다.
면접관이 보고 싶은 건 B입니다. 이 사람이 기술을 어떻게 선택하는지, 어떻게 판단하는지, 결과를 어떻게 검증하는지.
A는 스터디로 쓸 수 있습니다. B는 직접 해봐야 쓸 수 있습니다.
성실함의 방향
이 분이 게으른 게 아닙니다. 오히려 누구보다 성실합니다.
문제는 성실함의 방향입니다.
성실하게 지식을 쌓았습니다. 그건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기초 없이 프로젝트를 해봤자 엉망이 됩니다.
하지만 지식을 쌓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어느 시점에서는 직접 부딪혀야 합니다.
스터디에서 Redis를 배웠으면, 프로젝트에서 Redis를 써봐야 합니다. 그냥 쓰는 게 아니라, 왜 써야 하는지 고민하고, 다른 선택지와 비교하고, 결과를 측정해봐야 합니다.
그 경험이 쌓여야 이력서에 쓸 게 생깁니다.
스터디 10개로 채워지지 않는 칸
솔직하게 말하겠습니다.
스터디를 10개 해도 채워지지 않는 칸이 있습니다.
의사결정의 경험입니다.
A와 B 중에 뭘 선택할지 고민했고, 이런 이유로 A를 선택했고, 결과는 이랬다.
이건 스터디에서 안 생깁니다. 책에서 안 나옵니다. 직접 해봐야 생깁니다.
그리고 면접관이 보고 싶은 게 이겁니다. 지식이 아니라 판단입니다. 기술을 아는지가 아니라, 기술을 어떻게 선택하는지.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 분이 원하는 상태가 있었습니다.
이런 것도 써보고 이런 것도 써봤는데 Redis가 더 좋아서, 아니면 수치적으로 개선이 더 돼서 Redis를 사용했습니다라고 녹여내고 싶은데 부족한 것 같더라고요.
방향은 정확합니다. 그걸 원하는 게 맞습니다.
그러면 이제 해야 할 건 명확합니다.
스터디를 더 하는 게 아닙니다. 프로젝트에서 직접 선택해보는 겁니다.
캐싱이 필요한 상황을 만들고, RDBMS로 해보고, Redis로 해보고, 비교해보는 겁니다. 느려지는 지점을 찾고, 해결책을 고민하고, 적용하고, 측정해보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이력서에 쓸 문장이 생깁니다. 면접에서 할 이야기가 생깁니다.
정리하면
열심히 공부했는데 이력서에 쓸 게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지식은 쌓았는데, 의사결정의 경험이 없기 때문입니다.
CS 스터디, 책 스터디, 코딩테스트. 전부 인풋입니다. 지식이 들어옵니다. 하지만 내가 선택하고 결과를 측정하는 경험은 여기서 안 생깁니다.
이력서에 쓸 수 있는 건 아는 것이 아니라 결정한 것입니다.
Redis를 사용했습니다와 이런 이유로 Redis를 선택했고 결과는 이랬습니다는 완전히 다른 문장입니다.
성실함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닙니다.
스터디를 10개 해도 채워지지 않는 칸이 있습니다. 그 칸은 직접 부딪혀야 채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