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을 떠났다가 돌아온 사람의 한 문장
by 그릿 | GROWTH_ESSAY | 2026-04-17
#커리어 #성장멘토링을 하다 보면 두 종류의 사람이 옵니다.
처음부터 쭉 개발만 해온 사람.
한번 떠났다가 돌아온 사람.
후자의 눈빛이 다릅니다.
한 분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24년에 졸업을 했는데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까 당장 뭐라도 해야 되지 않을까 해서 다른 일을 했다가, 아닌 것 같아서 한 번만 더 해보자 해서 다시 넘어온 것 같습니다."
왜 다시 돌아왔냐고 물었습니다.
"개발하는 것 자체가 딱 제가 개발한 것에 대해서 결과를 제 눈으로 볼 수 있고, 사용자들이랑 피드백을 주고받는 그런 것들이 좋을 것 같아서 적성에 잘 맞는 것 같아요."
적성에 맞는 것 같아서. 이 한 문장이 가볍지 않습니다.
떠나봤기 때문에 아는 것
이 분은 취업이 안 돼서 다른 일을 했습니다.
포기가 아니었습니다. 현실적 판단이었습니다. 당장 먹고살아야 하니까. 기간이 길어지니까. 다른 선택을 한 겁니다.
그리고 다른 일을 해봤습니다.
해보니까 알았습니다. "이게 아닌 것 같다."
이 깨달음은 해봐야 얻을 수 있습니다.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것과 직접 해보는 건 다릅니다. 다른 일을 해봤기 때문에 "이게 아니다"를 몸으로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비교 대상이 생겼습니다.
개발만 했을 때는 몰랐습니다. 이게 좋은 건지, 그냥 익숙한 건지, 다른 게 없어서 하는 건지. 비교할 게 없으니까 판단이 안 됐습니다.
다른 일을 해보니까 비교가 됩니다. "저건 이래서 안 맞았고, 개발은 이래서 맞는 것 같다."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적성에 맞다"의 무게
"적성에 맞아요."
이 말을 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그런데 무게가 다릅니다.
한 번도 떠나본 적 없는 사람이 "적성에 맞아요"라고 말합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교 대상이 없습니다. 다른 걸 안 해봤으니까요. 진짜 맞는 건지, 그냥 익숙한 건지, 알 수 없습니다.
떠났다가 돌아온 사람이 "적성에 맞는 것 같아요"라고 말합니다. 이건 다른 문장입니다. 비교를 통과한 확신입니다. 다른 걸 해봤고, 안 맞았고,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여기가 맞다고 말하는 겁니다.
"제가 개발한 것에 대해서 결과를 제 눈으로 볼 수 있고, 사용자들이랑 피드백을 주고받는 그런 것들이 좋을 것 같아서."
이 문장은 구체적입니다. 막연히 "개발이 좋아요"가 아닙니다. 뭐가 좋은지 압니다. 다른 일에서는 이게 없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이게 좋다는 걸 아는 겁니다.
이력서의 공백
돌아온 사람에게는 이력서의 공백이 있습니다.
졸업하고 바로 취업한 게 아닙니다. 중간에 다른 일을 했습니다. 면접에서 물어볼 겁니다. "이 기간에 뭐 하셨어요?"
많은 분들이 이걸 숨기고 싶어합니다. 약점처럼 느껴지니까요. 설명하기 불편하니까요.
하지만 이건 공백이 아닙니다. 선택의 근거입니다.
"다른 일을 해봤습니다. 그래서 알았습니다. 개발이 저한테 맞다는 걸요."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떠나봤기 때문에 돌아온 거라고. 비교해봤기 때문에 확신이 생긴 거라고.
공백을 숨기려고 하면 어색해집니다. 공백을 서사로 만들면 강점이 됩니다.
절박함의 두 얼굴
다만 돌아온 사람에게는 시간의 압박이 있습니다.
이 분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올해 안에는 꼭 원하는 곳에 취업을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보니까."
절박합니다. 이미 시간이 지났습니다. 더 늦출 수 없습니다.
이 절박함은 양날의 검입니다.
연료가 될 수 있습니다. 절박하니까 움직입니다. 미루지 않습니다. 최선을 다합니다.
하지만 조급함이 될 수도 있습니다.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에 아무 데나 가려고 합니다. 기준을 낮춥니다. 또 맞지 않는 곳에 가게 됩니다.
차이는 떠났던 시간을 어떻게 보느냐입니다.
낭비로 보면 조급해집니다. "시간을 버렸으니까 빨리 만회해야 해." 급하게 움직입니다.
탐색으로 보면 자산이 됩니다. "그 시간 덕분에 확신이 생겼어." 단단하게 움직입니다.
같은 시간인데, 해석에 따라 무게가 달라집니다.
돌아온 것 자체가 선택입니다
돌아온 사람은 약한 사람이 아닙니다.
포기했다가 미련에 돌아온 게 아닙니다. 떠나봤기 때문에 "여기가 맞다"를 아는 사람입니다.
처음부터 쭉 해온 사람은 관성으로 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다른 선택지를 몰라서 계속하는 걸 수 있습니다.
떠났다가 돌아온 사람은 선택을 한 겁니다. 비교를 해봤고, 다른 걸 경험해봤고, 그래도 여기가 맞다고 판단한 겁니다.
그 판단이 이력서의 공백보다 훨씬 큰 가치입니다.
정리하면
개발을 떠났다가 돌아온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 "적성에 맞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면, 그건 가벼운 말이 아닙니다. 비교를 통과한 확신입니다.
떠나봤기 때문에 아는 것이 있습니다. 다른 일을 해봤기 때문에 "이게 아니다"를 알게 됐고, 그래서 "이게 맞다"를 말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력서의 공백은 약점이 아닙니다. 선택의 근거입니다.
다만 절박함이 조급함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떠났던 시간을 낭비로 보면 급해지고, 탐색으로 보면 자산이 됩니다.
돌아온 것 자체가 선택입니다. 그 선택을 한 사람은 약한 사람이 아닙니다.
떠나봤기 때문에 "여기가 맞다"를 아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