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를 10개 해도 안 되는 이유
by 그릿 | GROWTH_ESSAY | 2026-04-18
#성장 #커리어 #스터디취준생 커뮤니티에 가면 스터디 모집글이 넘칩니다.
CS 스터디 모집합니다. 알고리즘 스터디 같이 하실 분. 책 스터디 구합니다. 면접 스터디 모집 중. 이력서 피드백 스터디 시작합니다.
스터디를 열심히 하는 사람은 정말 많습니다.
한 분의 스터디 이력을 봤습니다. CS 스터디 6개월 했습니다. 면접 질문 형식으로 매주 돌아가며 발표했습니다. JPA 책 스터디 2개월 했습니다. 직접 주도해서 이끌었고, 랜덤 발표 방식으로 긴장감 있게 운영했습니다. 이력서 피드백 스터디도 격주로 하고 있습니다.
성실합니다. 꾸준합니다. 누구보다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스터디만으로 취업한 사람은 의외로 적습니다. 왜 그럴까요?
스터디의 구조
스터디가 뭔지 생각해봅시다.
같은 수준의 사람들이 모입니다. 주제를 정합니다. 나눠서 준비합니다. 발표합니다. 서로 피드백합니다.
본질적으로 "인풋을 나누는 행위"입니다.
CS 스터디는 CS 지식을 나눕니다. 면접 질문을 서로 던지고, 답변을 준비하고, 돌아가며 발표합니다. 책 스터디는 책 내용을 나눕니다. 챕터를 맡아서 정리하고, 공유합니다. 이력서 스터디는 이력서를 서로 보고 피드백합니다.
나쁜 건 아닙니다. 혼자 하면 게을러지는데, 같이 하면 꾸준해집니다. 서로 모르는 부분을 채워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구조적 한계가 있습니다.
피드백의 천장
스터디에서 주고받는 피드백의 수준은, 참여자의 수준에 묶입니다.
취준생끼리 이력서를 봅니다. 서로 피드백합니다. "이 부분 좀 더 구체적으로 쓰면 좋을 것 같아요." "기술 스택 정리하면 좋겠어요."
좋은 시도입니다. 선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채용 시장을 모르는 사람들끼리 이력서를 보는 겁니다. 채용 담당자가 뭘 보는지 모릅니다. 면접관이 어떤 문장에서 꼬리 질문을 하는지 모릅니다. 어떤 표현이 플러스이고 어떤 표현이 마이너스인지 기준이 없습니다.
장님이 장님 지팡이 짚어주는 것과 비슷할 수 있습니다. 선의는 있지만 기준이 없습니다.
CS 스터디도 마찬가지입니다. 면접 질문을 서로 던지고 답변을 연습합니다. 하지만 "이 답변이 면접에서 통하는 답변인지"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다들 면접을 안 봤거나, 떨어졌으니까요.
스터디의 피드백에는 천장이 있습니다. 그 천장은 참여자 수준입니다.
아는 것과 쓸 수 있는 것
그 분에게 스터디 효과를 물어봤습니다.
CS 스터디 6개월의 효과:
"직접 경험했다기보다는 면접에서 CS 내용이 오면 그래도 엄청 딥한 내용이 아니면 잘 생각이 나더라고요."
JPA 책 스터디 2개월의 효과:
"책을 통해서 학습하다 보니까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정확히 방법은 기억나지 않아도 이 책에 이런 내용이 있었는데 하고 다시 책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솔직하게 말해줬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제가 하는 레벨에서 CS 내용들이 도움이 된 거는 솔직히 없고."
6개월 공부했는데, 면접에서 잘 생각나는 정도입니다. 직접 경험한 게 아닙니다. 2개월 책을 읽었는데, 문제 생기면 다시 책을 찾습니다. 몸에 붙지 않았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 지식을 써서 뭔가를 결정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식이 붙는 조건
지식이 몸에 붙으려면 조건이 있습니다.
써봐야 합니다.
CS를 공부했으면, 그 CS 지식이 필요한 상황을 만나야 합니다. "아, 이래서 프로세스와 스레드가 다르구나." 실제로 겪어봐야 합니다.
JPA를 공부했으면, JPA로 문제를 풀어봐야 합니다. N+1 문제가 터지고, 해결하려고 삽질하고, 그래서 페치 조인을 쓰게 되는 경험. 이런 게 있어야 몸에 붙습니다.
스터디에서는 이 경험이 안 생깁니다. 스터디는 지식을 나누는 자리지, 지식을 쓰는 자리가 아닙니다.
면접 질문을 연습해도, 실제로 그 상황을 겪어본 게 아니면 깊이가 안 나옵니다. 면접관이 꼬리 질문을 하면 막힙니다. 경험이 없으니까요.
스터디가 채울 수 있는 것, 없는 것
스터디가 나쁜 게 아닙니다.
다만 스터디가 채울 수 있는 영역과 채울 수 없는 영역을 구분해야 합니다.
스터디가 채울 수 있는 것:
- 지식의 입력
- 꾸준함 유지
- 혼자 하기 어려운 범위를 나눠서 커버
스터디가 채울 수 없는 것:
- 의사결정의 경험
- 지식을 써서 문제를 푸는 경험
- 수준 높은 피드백
스터디를 10개 해도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스터디는 첫 번째 영역만 채웁니다. 두 번째 영역은 스터디 밖에 있습니다.
다른 종류의 경험이 필요합니다
스터디만으로 안 되는 이유를 알았으면, 다음이 보입니다.
스터디 밖에서 경험을 만들어야 합니다.
프로젝트를 해야 합니다. 직접 만들어봐야 합니다. 문제를 만나고, 해결하고, 결과를 측정해봐야 합니다.
수준 높은 피드백을 받아야 합니다. 취준생끼리가 아니라, 현업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채용 시장을 아는 사람에게. 기준이 있는 사람에게.
스터디를 그만두라는 게 아닙니다. 스터디는 계속 해도 됩니다. 다만 스터디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다른 종류의 경험이 필요합니다.
정리하면
스터디를 10개 해도 안 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스터디는 본질적으로 "같은 수준의 사람들이 모여서 인풋을 나누는 행위"입니다. 피드백의 천장이 참여자 수준에 묶입니다.
지식을 나누는 건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 지식을 써서 결정해보는 경험은 스터디에서 안 생깁니다.
CS를 6개월 공부해도 "면접에서 잘 생각나는 정도"입니다. 직접 경험한 게 아니니까요. 책을 2개월 읽어도 "문제 생기면 다시 찾는" 수준입니다. 써본 게 아니니까요.
스터디가 나쁜 게 아닙니다. 다만 스터디가 채울 수 있는 영역과 없는 영역을 구분해야 합니다.
의사결정의 경험과 수준 높은 피드백은 스터디 밖에 있습니다.
스터디만으로 괴로웠다면, 당신이 잘못한 게 아닙니다. 도구의 한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