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 나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개발자에게
by 그릿 | GROWTH_ESSAY | 2026-04-23
#커리어 #네트워킹외부 활동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저는 밖에 나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라 그런 것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네트워킹은 뭐가 있냐고 물었습니다.
"지금 현재로는 이력서 관련 스터디만 있는 것 같습니다."
개발자는 내향적이어도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코드가 말해주니까.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실력으로 증명할 수 있으니까.
반은 맞습니다. 반은 틀립니다.
코드는 말해줍니다. 하지만 기회는 말해주지 않습니다.
단절의 구조
이 분의 하루를 생각해봤습니다.
집에서 공부합니다. 집에서 코딩테스트를 풉니다. 집에서 이력서를 씁니다. 저녁에 집에서 쉽니다. 외부 네트워킹은 온오프 격주로 하는 이력서 스터디가 전부입니다.
만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같은 처지의 취준생입니다.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현업 개발자들이 뭘 고민하는지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기업이 진짜 뭘 원하는지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이런 정보가 들어올 채널이 없습니다.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성실합니다. 하지만 진공 상태에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세상과 단절된 채 혼자 달리고 있습니다.
정보의 비대칭
채용 공고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엄청 많은 공고를 본 건 아닌데, AI 관련 역량을 보는 것 같더라고요. 그 정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감지한 건 좋습니다. AI 역량을 요구하는 공고가 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멈췄습니다.
"AI 관련 역량"이 구체적으로 뭘 의미하는지 모릅니다. Cursor나 Claude Code 같은 도구를 현업에서 어떻게 쓰는지 모릅니다. AI를 활용한 개발이 실제로 어떤 모습인지 모릅니다.
이건 이 분의 게으름이 아닙니다.
현업과 연결된 채널이 없어서 깊이 있는 정보를 접할 수가 없는 겁니다. 공고 문구만 봐서는 알 수 없습니다. 실제로 그 일을 하는 사람을 만나야 알 수 있습니다.
취준생 10명이 모여서 공고를 분석해봐야 한계가 있습니다. 다들 모르니까요. 현업 개발자 1명에게 30분 물어보면 바로 알 수 있는 것들입니다.
내향성과 고립은 다릅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밖에 나가는 걸 좋아하지 않아도 됩니다.
성격은 존중받아야 합니다. 사람마다 에너지를 충전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건 문제가 아닙니다.
하지만 내향성과 고립은 다릅니다.
내향성은 성격입니다. 사람을 많이 만나면 피곤한 것.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한 것. 이건 바꿀 필요 없습니다.
고립은 구조입니다. 내가 모르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과 접점이 없는 것. 새로운 정보가 들어올 채널이 없는 것. 이건 바꿔야 합니다.
내향적인 사람도 채널은 만들 수 있습니다. 많이 만날 필요 없습니다. 자주 만날 필요 없습니다. 최소한의 접점만 있으면 됩니다.
최소한의 접점
많은 걸 하라는 게 아닙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하나. 관심 있는 기술의 오픈 채팅방이나 디스코드 서버. 가끔 눈팅만 해도 됩니다. 현업 개발자들이 뭘 이야기하는지 보이기 시작합니다.
밋업 한 번. 일 년에 한두 번이라도. 가서 앉아만 있어도 됩니다. 발표를 듣고 돌아오기만 해도 됩니다. 시장이 어디로 가는지 감이 생깁니다.
현업 개발자 커피챗 한 번. 링크드인에서 메시지 보내보세요. 10명에게 보내면 1명은 응답합니다. 30분 이야기하면 취준생 스터디 한 달보다 많은 정보를 얻습니다.
이런 최소한의 접점조차 없으면,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시장과 동기화되지 않는 사람이 됩니다.
혼자 열심히 달렸는데, 달린 방향이 시장이 원하는 방향이 아니었던 겁니다. 도착해보니 아무도 없습니다.
같은 레벨 10명 vs 다른 레벨 1명
취준생 10명을 만나는 것과, 현업 개발자 1명을 만나는 것.
어떤 게 시야를 더 넓힐까요?
취준생 10명은 같은 정보를 공유합니다. 다들 비슷한 걸 알고, 비슷한 걸 모릅니다. 정보가 순환만 하고 확장이 안 됩니다.
현업 개발자 1명은 다른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팀에서 뭘 중요하게 보는지, 요즘 어떤 기술이 뜨는지. 30분 대화로 취준생 스터디 몇 달 치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사람을 많이 만나라는 게 아닙니다.
내가 모르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과 접점을 만들라는 겁니다. 숫자가 아니라 레벨의 차이입니다.
세상이 원하는 것을 알려면
멘토링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 있습니다.
"내가 이루고자 하는 바만을 달성한다면 세상에 아무 도움을 주지 못할 거예요. 세상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사이에서의 접점을 찾아야 되거든요."
세상이 원하는 것을 알려면, 세상과 연결되어 있어야 합니다.
집에서 혼자 공부하면서 "세상이 뭘 원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공고 문구만 봐서는 깊이가 안 나옵니다. 실제로 그 세상에 있는 사람과 대화해야 합니다.
그 대화가 꼭 대면일 필요는 없습니다. 온라인이어도 됩니다. 길 필요도 없습니다. 30분이면 됩니다. 자주 할 필요도 없습니다. 가끔이면 됩니다.
다만 채널은 있어야 합니다. 채널이 없으면 신호가 안 들어옵니다. 신호가 없으면 방향을 모릅니다.
정리하면
밖에 나가는 걸 좋아하지 않아도 됩니다. 성격은 존중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내향성과 고립은 다릅니다.
내향성은 성격입니다. 바꿀 필요 없습니다.
고립은 구조입니다. 바꿔야 합니다.
지금 만나는 사람이 같은 처지의 취준생뿐이라면, 새로운 정보가 들어올 채널이 없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시장과 동기화되지 않습니다.
사람을 많이 만나라는 게 아닙니다. 내가 모르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과 최소한의 접점을 만들라는 겁니다.
같은 레벨 10명보다 다른 레벨 1명입니다. 30분 대화가 한 달 스터디보다 시야를 넓힙니다.
세상이 원하는 것을 알려면, 세상과 연결되어 있어야 합니다.